치솟는 인기를 어쩌지?
천국이 이 땅에 임한 것 같은 10월의 마지막 날은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로 잠을 깼다.
우리 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복지사의 전화였다. “시설장님! 큰일났어요 인터넷에 시설장님을 음해하는 비방의 글이 유포되고 있어요. 오늘 우리 홈페이지에 들어가려고 소중한사람들을 쳤더니 그 글이 뜨는데 이건 음해 정도가 아니라 살인 수준이에요.”
그 정보에 따라 인터넷에 검색을 했더니 10월20일부터 daum, 네이버에 하루에도 수차례 악성 비방의 글을 올리고 있었다.
목회자 노숙인 무료급식하는 유정옥 알고보니 쓰레기다...
소중한사람들 유정옥 노숙인을 이용한 횡령과 노예제도...
인일여고의 망신살 노숙인 등쳐 먹은 유정옥...
노숙인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유정옥...
그 비방의 수위가 점점 더 악랄해지더니 드디어 내 책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가 올라오더니 청평 호스피스 병원 기공 예배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나는 인터넷에 매일 나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2015년 1월28일 오전 9시 40분
그는 남대문 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성폭행 범으로 사무실에서 체포되어 수갑을 차고 끌려갔다. 나는 그런 장면은 TV에나 나오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내 눈 앞에서 펼쳐지니 놀라고 무서웠다.
그는 150일 동안 무단결근을 했는데 중구청 사회 복지과 000 계장은 그를 자기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기로 은밀히 모의하고 그를 비호하고 나섰다.
000계장은 말도 안되는 것을 주장하며 150일 동안 우리가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소중한사람들은 남자 3명의 직원이 숙직을 배분하여 근무하던 것을 150일 동안 사무장과 복지사 두 명이 이틀에 한 번 숙직 근무를 해야 하는 격무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 어려운 시간을 묵묵히 지키며 끝까지 일해 준 사무장과 복지사에게 너무 감사한다.
그는 성폭행범에서 벗어나게 되자 자기가 퇴직하게 된 것에 앙심을 품고 온갖 거짓말로 나를 비방하고 나선 것이다.
직원들 앞에서 나는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왜냐하면 나의 기분이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열 개 이상씩 비방글을 올리고 있어 70개가 넘은 날이었다.
그 날은 토요일 이여서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내 감정을 얼마든지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놓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 억울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마치 터져나오는 화산을 작은 손으로 막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사무실을 수없이 왔다 갔다 했지만 그 울분은 좀처럼 삭혀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무섭게 무너지고 있을 때 선한 목자 병원 이창우 원장님이 생각났다.
엊그제 내가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선한 목자 병원에 갔었는데 진료를 다 마친 이창우 원장님이 “사모님! 저도 청평 호스피스 병원 천사회원에 가입했어요.”라고 웃으셨다.
나는 8년 동안 한결같이 노숙인들을 치료해 주신 이창우 원장님에게 너무 감사해서 이왕이면 생일이라든지 결혼기념일 같은 의미있는 번호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창우 원장님이 쓴 책을 읽으면 그 정보를 알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분이 쓴 책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단지 그 분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었는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 분의 책 17쪽에
“하나님! 저도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민족의 가슴마다 피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임할 때
저도 하나님의 쓰임 받는 도구가 되게 해주세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복음을 전하여 생명을 살리는 이창우가 되게 해주세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동기와는 차원이 다른 거룩한 열정을 가진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 때 직감했다. 그 세계로 가고 싶었다.
사랑받는 세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세계!
대접받는 세계가 아니라 생명과 영혼을 대접하는 세계!
하나님, 거룩한 세계에 속하여 살게 해주세요!
저의 삶을 인도해 주세요.”
나는 이 대목을 읽다가 마침내 오열했다.
내 가슴 속에 아직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대접받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 것이다.
그 필요 없는 것들, 그 가치 없는 것들 때문에 내가 너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쓸데없는 것에 쏟아 부었구나.
주님! 내가 더 이상 사랑받는 것에 인정받는 것에 대접받는 것에 연연하는 낮은 세계에 속하지 않게 하십시오. 땅과 차원이 다른 거룩한 세계에 속하여 살게해 주옵소서.
그 기도를 하고 나니 나를 그토록 괴롭게 하던 분노와 억울함의 오물덩어리가 홍수에 휩쓸려 내려가는 시원함을 느꼈다.
죽이고 싶었던 그 사람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주님! 부디 그 사람이 끝도 없이 사랑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알게 하옵소서
나는 그 날밤, 비로소 내 마음을 비운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주님께서는 기도 끝에 이 말씀을 주셨다.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마태복음 5장 11-12절)
아! 내가 해야 할 오직 한 가지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이구나.
그 이튿날 매일 아침 9시에 드리는 직원 예배에서 한 직원이 “사모님! 오늘은 사모님 얼굴까지 인터넷에 올렸더라고요.”라면서 금방 울 것 같은 얼굴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유명해서 탈인데 사진까지 떴으니 앞으로 더 유명해 지겠네! 이 치솟는 인기를 어쩌지?”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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